근대적 의미에서 처음으로 경제학을 체계화한 사람으로 ‘경제학의 할아버지’로 불린다. <국부론>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An Inquiry into the Nature Nations라는 제목의 그의 책에서 현재 우리가 배우는 거의 모든 경제적 개념의 시작을 찾을 수 있다. 모든 경제적 논리가 이 책 한 권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등장하기 전 제1세대 경제학자로 볼 수 있는 사람들은 신학자나 철학자 들이었다. 이들은 당시 급변하는 사회적 상황에서 새로운 경제 질서의 윤리를 정립할 필요를 강하게 느꼈고 시장경제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가치관에 큰 혼란이 생기게 되었다. 그 이전 사회에서는 권리나 의무 같은 것이 가치체계의 핵심을 구성하였지만 시장경제의 등장과 함께 물질적 성공도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점점 들게 되었다. 그렇지만 모든 것을 제치고 물질적 성공만을 추구할 용기도 없었기에 심각한 갈등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지금까지도 영혼의 구원을 갈망하고 있었으며, 이것과 세속적 성공은 양립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어쩔 줄 몰라했다. 이같이 딜레마에 확실하게 마침표를 찍었다는 것에 경제사상가로서 스미스가 갖는 위대함이 있다.
스미스는 시장을 ‘보이지 않는 손’에 비유했으며 각 개인이 사사로운 이익만을 위해서 일해도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은 이를 모든 사람에게 이득이 되는 결과로 이끌어 준다는 내용의 비유였다. 그는 사람들에게 남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설교를 하지 않았고, 그저 자기 자신의 이득만을 위해 일하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으며 나머지 부분은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알아서 해결해 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리(self-interest)의 추구’라는 스미스의 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는 경제생활을 할 때 남을 위한다는 생각에서 행동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이득을 얻기 위해 행동한다는 위미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사적인 이득을 추구하되 정당한 방법으로 추구해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단서가 있으며 모든 수단을 다 사용하여 돈을 끌어 모으기에 바쁜 불쌍한 인간까지 스미스에게서 마음의 위안을 찾으려 하면 안 된다.
스미스는 잘생기지 못한 용모와 가끔 정신없는 행동을 일삼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 예로 어느 일요일 아침 잠옷 차림으로 정원을 산책하다 생각에 잠겨 무심코 집 밖으로 걸어 나왔고 생각에 빠져 정처 없이 길을 걷기 시작했는데 한참 지나 교회 종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돌아왔다고 한다. 그가 정신을 차리고 잠옷 차림의 자신을 본 곳은 마을에서 15마일(약 24킬로미터)이나 떨어진 먼 곳이었다고 한다.
스미스는 교수직을 맡고 있던 시절 한 번도 경제학 강의를 한 적이 없었고 주로 윤리학을 가르쳤는데, 사실 이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당시만 봐도 지금처럼 독립된 교과목으로서의 경제학이 존재하지 않았고, 경제문제는 철학에서 주로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40세에 이르러서 교수직을 잠시 그만두고 어떤 부유한 귀족 자제의 가정교사로 일해 꽤 괜찮은 수입을 올리기도 했고, 말년에는 세관장으로 일하는 등, 요즘 전형적인 경제학자와 다르게 비교적 다양한 삶을 경험하였다. 그는 스스로 ‘경제학자’라고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기에 그런 삶이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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