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선택의 의미
소비자로서 자신의 돈을 어디에 쓸 것인지를 결정할 때 추구하는 목표를 효용극대화(utility maximization)라고 할 수 있다. 효용이라는 개념을 쉽게 말하면 상품을 소비함으로써 얻는 만족감을 뜻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원하는 모든 것을 소비할 때 그의 효용이 극대화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쓸 수 있는 돈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원하는 모든 것을 소비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여기서 효용극대화는 돈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추구해야 하는 목표라는 의미를 가지며 효용이 극대화된 상태에서도 만족감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생활하기 빠듯한 용돈이나 월급으로 생활하다 보면 사고 싶을 때 사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이 있다. 어느 누구든 채워지지 않은 욕구가 언제나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현명한 소비자라면 부족한 예산을 적절히 나누어 사용하여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같은 돈이라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만족감의 크기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신의 선택 범위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합리적 선택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진다고 할 수 있다. 주어진 여건 안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경제 하는 과정의 본질인 것이다.
A라는 사람이 볼펜을 하나 살 경우 의식적으로 효용을 계산해 보고 그런 결정을 내린다고 하기는 힘들다. 그만큼 치밀한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필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사기로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고 소비자로서 아무 원칙 없이 그저 충동에 따라 돈을 쓰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매 순간 의식적으로 어떤 선택을 한다고 하기는 힘들지만, 무의식적 선택의 뒤에 나름대로 합리적인 선택의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어느 날 갑자기 떡볶이가 먹고 싶어 교통비로 써야 할 돈을 써버렸다고 한다면 그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 걸어서 5km를 가는 것보다 떡볶이로 배를 채운 즐거움이 더 크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선택은 주어진 범위 안에서 만족감을 극대화한다는 합리성의 원칙과 완전히 일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스스로 의식하지 못했겠지만 모든 소비자는 합리적 선택의 원칙에 따라 무엇을 얼마만큼 소비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지금 배우려고 하는 소비자 선택의 이론은 이 합리적 선택의 원칙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에 목적이 있다. 이 합리적 원칙을 알아야 소비자가 시장에서 취하는 행동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30만 원의 용돈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써야 효용이 극대화될 것인지에 대해 답을 얻었다는 것은 각 상품을 얼마만큼 구입할 것인지를 결정했다는 뜻이 된다. 물론 이런 결정은 용돈의 크기와 각 상품의 가격이 일정하다는 전제하에서 내려진 것이다. 따라서 각 상품에 대한 수요량은 용돈의 크기와 상품의 가격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만약 용돈의 크기나 각 상품의 가격이 변한다면 수요에 관한 결정이 달라진다. 예컨대 상품의 가격이 내려간다면 수요량도 이에 따라 계속 달라질 것이다. 그의 선택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 수요곡선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효용극대화를 추구하는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분석하는 과정에서 그 사람의 수요곡선을 알아낼 수 있다.
소비자의 선호와 효용
소비자들 중에 먹을 것을 특히 좋아하는 소비자가 있는 반면, 옷이나 구두 같은 것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듯 비슷한 경제적 여건에 있는 사람이라도 취향이 다름에 따라 선택의 내용이 달라진다. 즉 어떤 소비자의 선택은 그 자신의 취향을 반영하고 있다는 뜻이다.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취향을 경제학에서 선호(preference)라고 한다. 소비자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예측하기 위해 우선 그의 선호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소비자 선택의 이론은 소비자가 어떤 상품을 일정한 양만큼 소비할 때 얼마만큼의 만족감, 즉 효용을 얻는지에 관한 논의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효용의 뜻
효용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하기 전에 분석의 편의를 위해 가정을 하나 하자. 소비자 A가 용돈을 지출하는 대상으로 삼는 상품이 아이스크림(X)과 책(Y) 두 가지에 국한되어 있다는 가정이다. 생활에 꼭 필요해서 소비하는 모든 상품을 책으로 대표하고, 즐거움을 추 구하기 위해 소비하는 모든 상품을 아이스크림으로 대표한다고 생각하기로 하자. 소비대상이 되는 상품수를 최대한 줄이고 두 가지라고 가정하면 분석내용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고 분석 과정을 단순하게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두 상품을 일정한 양만큼씩 묶어 놓은 것을 경제학에서는 상품묶음(commodity bundle)이라고 한다.
소비자로서 A의 선택은 이 상품묶음들 중 가장 큰 만족감을 주는 것을 고른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무엇을 선택할지 예측하기 위해 각 상품묶음에서 얼마나 큰 만족감을 얻는지 알아야 한다. 소비자가 어떤 상품이나 상품묶음을 소비함으로써 얻는 만족감을 효용(utility)이라고 하며 더 큰 효용을 주는 상품묶음일수록 더욱 선호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예를 들어보면 아이스크림 12 통과 책 9권을 상품묶음 R, 그리고 아이스크림 8 통과 책 15권을 상품묶음 S라고 하자. 소비자 A가 이 상품묶음들을 소비할 때 얻는 만족감‘유틸’(util)이라는 효용단위로 표시하면 R:280 유틸, S:235 유틸이라고 하자. 이때 둘 다 선택이 가능한 상황에서 더 선호하는 상품묶음은 R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소득으로 구입할 수 있는 여러 상품묶음 중 가장 큰 효용을 주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 소비자의 선택행위를 예측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각 상품묶음이 얼마나 큰 효용을 주는지 알아내야 하는데, 소비자의 선택행위를 분석할 때 언제나 효용에 관한 논의부터 시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총 효용과 한계효용
상품묶음에 있는 두 상품을 하나씩 떼어 소비자에게 얼마나 큰 효용을 주는지 예를 알아보기로 하자. 책 소비량을 0으로 묶어놓고 아이스크림 소비량만 변화시킨다면, 소비자 A의 효용은 아이스크림 소비량이 0에서 6까지 증가할 때 총 효용(total utility)은 0에서 9, 17, 24, 30, 35, 39처럼 변화해 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이스크림이 소비량이 0에서 1통 늘 때 효용이 9 유틸만큼 증가하고 1통에서 2통으로 늘 때는 8 유틸만큼 증가한다는 식으로, 각 단계에서의 효용 증가폭이 계산된다. 이처럼 소비량이 한 단위 증가할 때마다 효용이 얼마나 증가하는지 나타내는 것을 한계효용(marginal utility)라고 한다. 한계효용을 나타내는 값을 나란히 배열하고 점을 이으면 한계효용곡선이 되며 한계효용을 나타내는 막대의 높이를 합친 것은 총효용과 같아진다는 것에 주의하기 바란다. 한계효용곡선은 우하향할 모양을 갖고 있는데 상품 소비량이 늘 때 한계효용이 점차 작아진다는 것을 뜻하며 한계효용체감의 법칙(law of diminishing marginal utility)이 성립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상품묶음 안에 포함된 두 상품 중 하나씩 골라 여기서 나오는 효용을 논의함으로써 효용이라는 개념이 갖는 의미를 더 자세하게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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