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기술의 성격상 대규모로 생산하는 것이 비용측면에서 유리한 산업이 많다. 많지는 않지만 소규모로 생산하는 것이 더 유리한 산업도 존재한다. 이렇게 생산 규모가 커지면서 비용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한편, 생산 범위가 넓어지면서 비용의 변화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이때 ‘범위의 경제’가 존재한다고 한다.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
선박, 자동차 그리고 반도체 같은 상품을 규모가 작은 공장에서 만드는 경우는 매우 적다. 이러한 상품의 경우 생산단가를 줄이기 위해 생산기술의 특성상 대규모로 생산한다. 이처럼 대량생산으로 비용상의 이점이 생길 때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가 존재한다. 앞에서 말한 상품 외에도 수많은 상품의 경우에도 광범위하게 규모의 경제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과 반대로 사람이 하나하나 정성을 들여 만들어야 하는 악기나 도자기처럼 소규모로 생산하는 것이 더 유리한 상품도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는 규모가 커지면서 생산단가가 더 높아지게 되는 규모의 불경제(diseconomies of scale)가 존재한다.
장기평균비용곡선에서 유의할 점이 있다. 이 곡선 모양이 항상 펑퍼짐한 U자 모양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규모의 경제가 있을 때 장기평균비용곡선은 계속 아래로 내려가는 모양을 가진다. 반대로 규모의 불경제가 있을 경우에는 장기평균비용곡선이 위로 올라가는 모양을 가질 것이다. 규모의 경제와 규모의 불경제 모두 없어 장기평균비용이 일정한 수준으로 계속 머무는 경우도 있다. 결국 산업에서 채택하고 있는 생산기술의 특성에 따라서 여러 가지 모양으로 장기평균비용곡선은 나타날 수 있다.
현대 경제에서 규모의 경제가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생산규모의 증가는 분업에 의한 전문화를 가능하게 만들어 생산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또한 기술적인 요인으로 생산의 규모가 증가할수록 더 유리한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공학에서는 어떤 시설의 용량을 증가시킬 때 소요되는 비용의 증가율과 관련하여 소위‘0.6 규칙’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이러한 기술적인 요인에 의해서 규모의 경제가 생겨나기도 한다. 이 규칙은 어떤 시설의 용량을 X1에서 X2로 1에서 X2 증가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비용 증가율이 용량의 증가율에 0.6승을 한 것과 같다는 내용이다. 즉 Xi의 시설용량을 건설하는 데 사용되는 비용을 Ci라고 했을 때 다음과 같은 관계가 성립한다는 것을 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규칙에서 보면 시설용량을 두 배로 증가시키는데 든 비용은 원래비용의 두 배가 아니라 2의 0,6승, 즉 1.52배가 되며 세 배로 증가시킬 때 드는 비용은 1.93배가 된다. 이 규칙은 가스탱크나 파이프 같은 것들의 용량이 체적(volume)과 관계있으며 그것들의 건설비용은 표면적(surface area)과 비례한다. 이러한 규칙이 존재하는 것은 생산과정에서 규모의 경제가 나타날 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다. 그러나 생산 규모가 커짐으로 생산단가도 더 증가할 수 있는 점도 사실이다. 기업의 조직이 커지면 상호 간의 의사전달이 어려워지고 작업의 진척을 감시하는 데 사용되는 비용도 커진다. 이런 이유로 생산의 규모가 커지면서 생산단가가 증가하는 규모의 불경제가 나타날 가능성도 매우 크다. 현실에서 볼 가능성이 높은 경우는 L자 모양의 장기평균비용곡선이다. 즉 생산 수준이 낮을 때 규모의 경제가 존재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면 장기평균비용이 더 이상 낮아지지 않는 것이 가장 전형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범위의 경제(economies of scope)
현실기업은 한 상품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며 관련이 있는 여러 가지 상품을 동시에 생산하는 경우가 많다. TV를 만드는 회사에서 컴퓨터, 모니터, 핸드폰 등을 함께 만들거나, 옷을 만드는 회사에서 가방이나 지갑, 벨트 등을 함께 생산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렇게 여러 가지 상품을 함께 생산하는 것이 비용의 측면에서 더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이처럼 한 기업이 동시에 여러 상품을 생산하면서 비용상의 이점을 얻을 때 범위의 경제(economies of scope)가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5백억의 비용으로 5천대의 승용차를 생산하고, 다른 기업이 3백억의 비용으로 2천대의 트럭을 생산한다고 하자. 만약 이중 승용차와 트럭을 동시에 같은 수만큼 생산하는데 8백억보다 더 적은 비용인 7백억으로 생산한다면 그 기업이 두 종류의 자동차로 생산 활동의 범위를 넓히고 더 적은 비용으로 생산할 생산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범위의 경제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범위의 경제가 나타나는 대표적인 예는 결합생산물(joint products)의 경우이다. 이런 결합생산물의 경우 생산과정에서 어떠한 투입요소가 공동투입요소(public inputs)의 역할 때문에 범위의 경제가 나타나는 것이다. 하나의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서 그 생산요소가 투입되면 추가적 비용 없이 다른 상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생산활동의 범위가 확장되면서 비용이 절감될 수 있기 때문에 범위의 경제가 나타나게 되며 공동투입요소는 아니지만, 생산시설이나 유통망의 경우 여러 다른 상품을 생산, 판매할 때 공동으로 사용될 수 있는 투입요소가 있을 경우에도 범위의 경제가 생길 수 있다. 또한 한 상품의 생산과정에서 가치 있는 부산물이 생겨서 범위의 경제가 생길 수 있다.
여러 생산라인을 가지고 있는 대규모 기업을 여러 독립된 기업으로 분할시키는 것이 범위의 경제에서는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수 있다. 범위의 경제가 현저하게 존재한다고 가정하면 여러 독립기업으로 분할하는 것은 비효율성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하나의 기업으로 남게 하여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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